30년을 이어온 감자탕의 원조, 응암동 감자국 거리

서울식품안전뉴스 2017년 06월 01일


신당동 떡볶이, 신림동 순대, 장충동 족발. 이처럼 서울 곳곳에는 ‘원조’로 여겨지며 시민의 입맛을 사로잡은 지역 특화 음식이 여럿 있다. 은평구 응암동에도 30년간 지역민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음식이 있다. 바로 ‘응암동 감자국’이다.

감자탕이 아닌 '감자국'인 이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감자탕’을 응암동에서는 ‘감자국’이라 부른다. ‘탕’보다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서민적 음식이라는 의미로 ‘감자국’이라고 오래전부터 불려 왔다고 한다. 이처럼 음식명 하나에도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긴다.

‘감자국은 밥상보다는 술상에 제격’이라는 말을 듣고 해 질 녘 즈음 응암동 감자국 거리를 찾았다. 지역 대표 먹거리 골목답게 거리에는 퇴근한 많은 직장인과 지역 상인들로 붐볐다. 어느 곳을 들어가던지 그 맛이 보장되기 때문일까.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의 가게 선정 기준은 ‘빈자리가 있는 곳’으로 정하는 것처럼 모든 점포에 손님이 골고루 앉아 있었다.

응암동 감자국 거리는 1980년대 처음 형성됐다. 대림시장의 한 식당에서 돼지 뼈와 감자, 우거지 등을 넣고 한 솥 끊여 팔던 감자국이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거리를 만들게 된 것이다. 지금은 과거에 비해 그 수가 많이 줄기는 했지만 4곳의 ‘정예 매장’만이 남아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감자’는 Potato가 아닌 돼지 등뼈에서 유래

응암동 감자국은 30년간 지켜온 전통방식으로 조리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감자탕과 차별화 된다. 이곳에서는 제일먼저 돼지 뼈를 직접 손으로 문질러 씻은 후 1차, 2차 양념을 거쳐 4시간 동안 끓이게 된다. 이후 뼈다귀에 5시간 동안 끓인 진한 육수를 붙고 쑥갓, 깻잎 등 각종 채소를 얹어야만 비로소 감자국이 완성되는 것이다.

감자국이란 이름은 돼지 등뼈에 든 척수를 '감자'라 한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과 돼지 등뼈를 부위별로 나눌 때 감자뼈라 불리는 부분이 있는데 이것을 넣어 끓였다고 해서 감자탕이라 했다는 설이 있다. 확실한 것은 일반적 단어인 감자(Potato)는 아니라는 것이다.

돼지 뼈에서부터 볶음밥까지. 버릴 것 없는 음식 ‘감자국’

푸짐한 냄비에 주문한 감자국이 나왔다. 냄비 가득 쌓여있는 쑥갓과 깻잎이 제일 먼저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아래로 먹음직스런 돼지 뼈와 성인 주먹만 한 크기의 커다란 감자가 눈에 들어왔다. 5분 정도가 흐르고 수북이 쌓여있던 쑥갓과 깻잎의 숨이 죽자 본격적인 시식에 들어갔다.

제일먼저 얼큰한 국물 한 입을 먹은 뒤, 돼지 뼈 하나를 들고 살코기를 잘 발라 입 안 가득 넣었다. 국산 돼지 뼈를 사용해 조리한 부드러운 식감의 고기에서는 비린내가 느껴지지 않았다. 참고로 뼈를 부쉈을 때 ‘똑’ 소리가 나면 고기가 잘 익은 것이라고 한다. 건더기를 모두 먹고 남은 국물로 해먹는 볶음밥은 이곳의 빠질 수 없는 별미다.

사장님에게 맛의 비별에 대해 묻자 수많은 돼지 뼈를 버려가며 터득한 맛의 비법 두 가지를 특별히 공개해 주었다. 매일 아침 마장동에서 공수해오는 국산 돼지 뼈와 자연스러운 단맛과 기름기 제거의 특효약인 양파를 감자국에 넣는 것이 30년을 이어온 이곳 감자국 맛의 비결이라고 한다.

푸짐한 양과 맛, 건강까지 챙길 수 있어

감자국은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과 훌륭한 맛까지 보장하는 대표 서민 음식 중 하나로 손꼽힌다. 게다가 감자국에는 몸에 좋은 영양소도 듬뿍 들어 있어 건강식으로도 좋다.

많은 사람들이 돼지고기는 기름기와 콜레스테롤이 많아 몸에 좋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지방, 단백질 등 풍부한 영양소 외에도 성인병 예방과 독소제거에 효과적이다.

감자국의 가격은 26,000원부터 60,000원까지 다양하다. 사람 수와 먹는 양에 따라 ‘소’부터 ‘특대’까지 양을 선택할 수 있다. 금액의 부담을 낮추고 점심식사로 이용할 수 있는 ‘뼈해장국’은 7,000원이다.

30년간 한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응암동 감자국 거리. 이곳이 단골손님뿐만 아니라 전 국민에게 사랑받으며 제2의 전성기를 맞는 그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