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의 절식, 떡과 만두에 대한 진실 혹은 거짓

서울식품안전뉴스 2018년 02월 01일


세시음식은 시식과 절식으로 나는다. 시식(時食)은 계절 음식, 절식(節食)은 절기에 먹는 음식을 뜻한다. 민족 명절인 설의 대표적인 절식이자 겨울 시식이 바로 떡국과 만둣국이다. 이제는 사시사철 먹을 수 있지만 설 명절이 되면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떡국과 만둣국, 오늘은 그 떡과 만두에 대한 진실과 거짓을 알아보기로 하자.

1. 가래떡이 쫄깃한 이유는 첨가물 때문이다?

아니다. 방금 만든 가래떡이 쫄깃한 이유는 떡메로 치거나 반죽기를 통해 조직을 뭉치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떡은 시루에 찐 찐떡, 떡메로 쳐서 만드는 친떡, 기름에 지져서 먹는 지진떡, 끓는 물에 삶아 건진 삶은 떡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추석에 주로 먹는 송편은 찐떡, 빈대떡은 녹두를 원료로 기름에 지진떡, 가래떡은 고두밥을 지은 후 떡메로 쳐서 만드는 친떡에 해당한다.

요즘엔 가래떡을 기계로 뽑아내지만 떡메로 치거나 기계로 뽑아내는 가래떡은 쌀 속의 전분 조직이 뭉쳐서 더 쫄깃해지는 특성이 생긴다. 빵반죽기에 쌀가루나 고두밥을 넣고 오래 반죽해서 가래떡 모양으로 만들어도 비슷한 식감을 낼 수 있다. 소금을 조금 더 첨가하면 더욱 쫄깃해진다. 밀가루에 소금을 넣고 반죽하면 글루텐을 형성시켜서 면이 쫄깃해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2. 만두는 중국음식, 교자는 일본음식인가?

만두는 한중일 3국에서 모두 즐겨먹는 식품이지만 중국에서 유래했고 중국인들이 가장 자주 먹는 음식이다. 만두와 유사한 음식은 동아시아국가로부터 시작해서 폴란드와 러시아 등 유럽에도 있는데 만두가 세계적으로 퍼진 것은 징기스칸과 몽골제국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라고 한다.

가끔 만두는 중국, 교자는 일본 만두, 이렇게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중국에서의 만두는 소를 넣지 않고 찐 떡이나 팥앙금이 들어간 찐빵류를 뜻하고, 우리나라에서와 같이 밀가루로 만든 만두피 안에 소를 넣은 것은 교자(餃子), 훈둔(餛飩), 포자(包子)라고 부든다. 중국음식점에서 부추잡채 등을 시킬 때 함께 나오는 흰색 찐빵말이가 중국에서의 만두고, 우리가 먹는 군만두는 교자에 해당한다.

3. 만두는 추운 지방에서 주로 먹었다?

만두는 겨울 음식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는데 우리나라와 중국의 경우 만두는 주로 추운 지방에서 만들어 먹었다. 아마도 이는 추운 겨울엔 미생물에 의한 변패가 적어서 오래 보관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더운 지역에선 쌀을 더 많이 키우고 밀은 좀 더 추운 곳에서 키웠던 것도 원인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만두가 유명한 곳은 북한 지방이다. 냉면에 평양식, 함흥식이 있듯이 만두도 평양만두와 개성만두가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다.

일반적으로 평양만두는 만두피가 두껍고 투박하며 김치 대신 배추를 사용하고 고기 등을 많이 넣어서 크게 빚는다는 특징이 있다. 반대로 남과 북의 문화가 혼합되는 지역인 개성에서 만들어진 개성만두는 밀가루와 메밀을 섞는 경우가 있고 고기보다는 김치와 채소가 많이 들어가고 만두피를 밀대로 밀지 않고 손으로 주물러서 빚으며 크기도 평양식보다는 작고 아담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나 중국의 남부 지방에서도 만두를 먹었다. 더운 지역에서는 만두를 쪄서 먹기보다는 튀긴 형태의 만두를 먹는 경우가 더 많다. 아무래도 만두를 튀기면 수분이 더욱 감소해서 미생물의 생장이 어렵고 보관이 더 용이해지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한다. 밀가루가 귀한 지방에선 생선의 비늘에 싸먹는 어만두라는 것도 있었다.

4. 다른 나라에서도 새해엔 떡국과 만둣국을 먹는다?

설날에 떡을 먹는 것은 가래떡처럼 길게 오래 살라는 의미가 있다지만 원래 음식의 역사는 모호하고 명확한 유래가 있는 경우는 적다. 하지만 설의 절식으로 떡국을 먹는 것에 대한 문헌들이 몇 있는데 육당 최남선이 지은 <조선상식문답>에는 “설에 떡국을 먹는 풍속은 매우 오래된 것으로 상고시대의 신년 제사 때 먹던 음복(飮福) 음식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조선 정조 때의 홍석모가 지은 <동국세시기>와 조선 순조 때 김매순이 지은 <열양세시기>에도 떡국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이들 책에는 떡국 설 손님을 대접할 때 반드시 먹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떡국에는 상서로운 새로 여기는 꿩고기로 국물을 내거나 고명으로 올렸고 만두소에도 사용했는데 꿩고기가 없으면 닭고기를 썼고 “꿩 대신 닭”이란 말이 여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남쪽 지역에선 설에 떡국을 먹었던 데 비해 추운 북쪽지방에선 설에 만둣국을 많이 먹었는데, 실은 중국에서도 설에 물만두 형태의 교자를 먹는다. 교자를 설에 먹는 이유는 교자의 모양이 고대 돈과 비슷해 새해에 먹으면 재운과 복이 온다는 속설 때문이라는 설과 교자의 餃자가 교류한다는 交자와 발음이 비슷하다는데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다. 중국보다 더 북쪽인 몽골에서도 설날에는 몽골식의 만두인 보쯔(Buuz)를 먹는데 만둣국의 형태가 아니라 찐만두의 형태로 먹는다.

일본에서는 새해가 되면 오조니(お雑煮)라는 일본식 떡국을 먹는 풍습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처럼 가래떡을 썰어 넣은 것이 아니라 굽거나 찌거나 삶은 떡을 국에 따로 넣은 방식이다. 대부분의 떡은 찹쌀을 사용하여 매우 쫄깃하며 각 지역별로 큰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