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마당 /음식남녀

음식과 마음의 관계에 대한 메커니즘

우울증을 예방하는 식단

음식남녀

3월의 마지막 주말 오후. 건강식에 관심 많은 음식남녀들이 이번엔 사찰음식점으로 한데 모였다. 내 몸에 꼭 맞는 영양식은 무엇일까. 한국채식연구소 이광조 박사가 그 명쾌한 해답을 풀어주려 마이크를 잡았다.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어, 장장 세 시간 넘게 꽉 찬 이론과 함께 소중한 건강이론을 풀어내던 모습. 강의 후엔 전통 채식 상차림 앞에 다 같이 모여 앉아 훈훈한 저녁식사로 이어졌다.

글 김재우(웹브라이트)_사진 김한석(웹브라이트)

몸과 마음을 건강하고 맑게 해주는 공간

“사찰음식은 불교 승단의 수행자들을 통해 전해져 내려온 전통 음식문화. 더욱이 인도와 동아시아의 불교전통에서 금하고 있는 오신채(마늘, 파, 부추, 달래, 흥거 등 불교에서 금하는 다섯 가지 식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이런 사찰음식은 불살생의 아힘사(살아있는 모든 생물에 대한 불살생·비폭력·동정·자비를 의미) 정신에 뿌리를 둔 채식요리이다. 현재 사찰음식은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로컬 푸드와 슬로우 푸드의 기원. 사찰음식은 수행자들의 신체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정신적 능력을 고양하기 위해 최적화된 전통채식문화의 하나이다.”

몸과 마음을 건강하고 맑게 해주는 공간

봄기운 완연한 주말 오후. 약속된 시간보다 일찍, 방배동 ‘마지’에 도착했다. 불교신자가 아닌데다, 그 흔한 절밥도 먹어본 기억이 없었던 터라, 사찰 음식에 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순간 그득해진다. 마냥 친절한 ‘마지’의 김현진 대표의 안내로 사찰음식점 구석구석을 살펴봤다. 의외로 불교의 색채가 강하지는 않는 분위기. 그 보다는 몸과 마음을 맑게 유지해준다는 사찰음식의 전통이 군데군데 스며든 느낌이랄까. 몸을 위한 자연식으로 건강과 행복을 선사하는 전통채식의 그 뜻을 접하고 나니, 이날의 강의 주제와 꼭 맞는 장소가 아닌가 싶다.

‘사람책’으로 변신한, 채식 건강 전도사 이광조 박사

‘사람책’으로 변신한, 채식 건강 전도사 이광조 박사

오후 3시가 다가오자, 음식남녀들이 ‘마지’ 2층에 마련된 장소로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식생활 사람도서관 음식남녀(www.wisdo.me/@/seoul-foodies)에 제시된 이날 모임에 일찌감치 신청을 마친 참여자들은 10여 명. 사람이 책이 되어 음식남녀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지혜, 지식을 공유하는 것인데 그동안 각계각층의 사람책이 유용한 식생활 정보를 풀어내주어 연일 화제로 모아졌다.

이날 모임의 사람책은 채식 전문가로 널리 정평 난 이광조 박사. 1999년 한국 최초의 채식동호회를 만들고, 그 해에 채식캠페인을 종로 1가와 마로니에 공원에서 펼쳤던 그는 캠페인 중심의 채식운동을 주도해온 장본인. 이후 채식의 영양적 측면에 대한 공부를 위해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에 진학한 그는 지난 2014년 2월, 식품영양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대학원 시절, 서울대채식인모임을 운영했고 서울대와 동국대에 채식 뷔페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저서로는 <채식치유학(서리태, 2014)>, <채식의 대사증후군 예방효과(서리태, 2015)>, <국가의료비와 세계의 채식정책(서리태, 2015)>, <역사속의 채식인(살림출판사, 2008)> 등이 있으며 끊임없는 채식 강연을 통해 채식의 유익을 널리 알리는 중이다.

어릴 때부터 몸과 마음은 식이(食餌)와 직접적인 연관

어릴 때부터 몸과 마음은 식이(食餌)와 직접적인 연관

음식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는 소통의 장인 사람도서관 음식남녀. 참여하고 싶은 커뮤니티를 선택, 신청하면 된다. 직접 모임도 개설할 수 있다. www.wisdo.me/@/seoul-foodies


도시환경 디자인을 하는 남자, 채식주의자가 되기 전 그 어떤 명분이 필요했던 여자 등 평소 잘 먹고 잘사는 법에 관심 많은 음식남녀가 모이자, 이광조 박사의 강연이 드디어 시작된다.

우리 뇌의 무게는 신체의 2% 남짓이지만 사용하는 열량은 20% 선. 따라서 뇌는 신체기관 중 가장 많은 열량과 함께 산소를 많이 사용하는 기관 중 하나. 이광조 박사는 ‘우리의 뇌를 먼저 이해하자’, ‘에너지와 뇌의 관계’, ‘영양과 뇌의 구조와 기능’, ‘감마파와 동기화의 의미’ 등 총 네 개의 키워드에 맞게 그간의 연구와 경험을 적절히 풀어낸다. 특히 파워포인트로 각 주제에 맞는 설명과 그림, 도표를 꼼꼼하게 챙겨와 그 어려운 이론을 보다 알기 쉽게 설명해나가는 모습이다. 이중 음식남녀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 것은, 채식어린이의 아이큐 검사 결과부분이다. 이광조 박사는 채식어린이의 지능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를 두고 “채식에서 자연스럽게 공급되는 풍부한 항산화영양소, 오메가-3지방산, 각종 비타민들, 파이토케미칼, 그리고 코티솔과 같은 호르몬들 등에 의한 영향 때문”이라며 여러 결과물들을 차례로 설명해갔다. 게다가 오메가-3 결핍은 신경계의 신경세포 유지와 네트워크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 한다.

이처럼 우리 몸과 마음은, 어릴 때부터 식이(食餌)와 직접적인 연관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음식을 얼마나 먹느냐에 따라, 몸 전체에 다양한 영향을 주게 된다. 강의를 듣는 대부분의 음식남녀들은 특히 그동안 간과해왔던 자신의 뇌에 대해 살짝 자책하는 분위기. 뇌도 당연히 내 몸의 중요한 일부인데도, 다른 장기 등에 비해 너무도 모르고 어쩌면 방치해온 것이 아닌가 싶은 한탄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기도 했다.

감기처럼 흔한 질병이 되어 버린 현대인의 병, 우울증

지난 1990년대, MRI가 세상에 등장하자 뇌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러면서 다양한 연구 결과가 쏟아졌고, 현재도 뇌에 관한 연구는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중 채식인과 비 채식인의 뇌 활동에 관한 측정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 혹은 동물의 고통받는 모습을 보여주었을 때, 고기를 자주 먹는 사람의 뇌는 불안과 관련된 편도가 흥분한데 반해, 채식인의 뇌는 ‘공감’과 관련된 대뇌피질이 활성화되었다는 것.

한편 뇌세포 손상으로 일어나는 병을 알츠하이머라고 하는데 사실 오늘날, 뇌 건강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가 우울증이다. 국내 우울증 환자는 기하학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이로 인한 자살률은 OECD 가입국가 중 대한민국은 1위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앞으로 2020년이 되면 가장 많은 사람이 겪는 질병이 우울증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설 정도이다. 우울증을 그저 마음의 병으로만 치부하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 박사에 의하면 우울증은 본질적으로 신경세포작용의 이상과 관련 있는 것이 분명하다는 것. 따라서 이 박사는 건강한 신경세포의 유지는 우울증 예방과 치료에 첫 번째 항목이 될 수밖에 없으며, 지질을 포함한 영양학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필수지방산과 같은 영양의 결핍으로 인한 뇌신경의 손상은 단지 우울증뿐만이 아니다. 양극성장애, 공격성, 정신분열증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했다.

감기처럼 흔한 질병이 되어 버린 현대인의 병, 우울증

모든 일정이 끝난 후, 다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 이광조 박사와 음식남녀. 메뉴는 현미밥에 유채나물과 취나물, 무 백년초 생채, 유기농콩고기, 당근 등을 연근 고추장에 적당히 비벼 먹는 발우비빔밥.


이 박사는 이날 네 개의 키워드로 음식과 우리 몸에 관한 메커니즘을 풀어냈다. 그 뒤에는 마지막 주제로 이렇듯 문제가 되고 있는 우울증을 미리 예방하는 식단에 관해 음식남녀들의 의견을 끌어냈다. 컬러 푸드, 견과류, 기름보다는 물로 익혀 먹는 찜 요리, 유기농 채소 등 다양한 의견들을 쏟아낸 음식남녀들. 강연을 마친 후엔 ‘마지’의 1층에서 이 박사와 함께 저녁 식사를 나누기까지 했다. 나물 위주의 발우비빔밥을 먹으며, 다양한 건강 식단 등에 관해 서로의 의견을 자유스럽게 공유하는 분위기. 오후에 시작된 이날 음식남녀 만남, 저녁이 되어서야 이처럼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이광조 박사와 음식남녀들의 동시 제안 우울증 예방에 꼭 필요한 음식 셋

이광조 박사와 음식남녀들의 동시 제안 우울증 예방에 꼭 필요한 음식 셋

01. 현미나 통밀
섬유소가 풍부한 통곡류들은 혈당흡수 속도를 적절히 조절하여 급격한 혈당상승과 고인슐린혈증, 그리고 이어지는 저혈당 증세를 예방함으로써 우리 뇌에 안정적으로 영양소를 공급한다.

이광조 박사와 음식남녀들의 동시 제안 우울증 예방에 꼭 필요한 음식 셋

02. 컬러 푸드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흰색, 검은색, 붉은색, 보라색 등 대략 7개 색으로 구분. 각각의 색이 다르듯, 영양소와 항산화 효능 등이 다 다르기 때문에, 골고루 먹는 것이 좋다.

이광조 박사와 음식남녀들의 동시 제안 우울증 예방에 꼭 필요한 음식 셋

03. 견과류
섬유질과 항산화제,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다. 특히 호두에 들어있는 오메가-3 지방산은 우울증을 감소시키는 탁월한 효능이 있다. 아몬드 안의 셀레늄은 순간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성분.

우울증에 좋은 복식호흡

복식호흡을 하면 폐로 산소공급효율이 증가함으로써 우리 몸의 대사활동을 건강하게 해주고, 따라서 뇌의 활동에도 도움이 된다.

이광조 박사와 음식남녀들의 동시 제안 우울증 예방에 꼭 필요한 음식 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