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마당 /음식남녀

사람도서관 음식남녀 만남

공정무역 초콜릿 이야기

음식남녀

지난 2월 6일, 사람도서관 음식남녀의 만남이 종로 ‘아름다운커피’에서 열렸다. 이번 만남은 아름다운커피 생산자파트너십 한수정 팀장이 사람책이 되어 ‘공정무역 초콜릿 이야기’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핫초코처럼 따끈했던 현장 속에 서울식품안전뉴스가 함께 했다.

글_최민지(객원기자) 사진_박성일, 아름다운커피

음식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마련되었다. 사람도서관 음식남녀 만남이 그 주인공. 사람이 책이 되어 사람(독자)을 만나 경험과 지혜·지식을 공유하면서 관계와 연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만남이다. 누구나 ‘사람책’이 될 수 있고, 독자로 참여할 수 있다. 각계각층의 사람책이 전하는 유용한 식생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더욱 뜻깊은 시간을 제공한다. 참여방법은 식생활 사람도서관 음식남녀(www.wisdo.me/@/seoul-foodies)에 제시된 모임 중 참여하고 싶은 커뮤니티를 선택, 신청하면 된다. 물론 직접 모임을 개설할 수도 있다.

공정무역과 카카오, 그리고 초콜릿

공정무역과 카카오, 그리고 초콜릿

편집팀이 찾은 날은 아름다운커피 생산자파트너십 한수정 팀장의 만남이 진행되는 날이었다. 공정무역 전문재단인 아름다운커피는 페루 나랑히요 협동조합의 농부들과 함께 일하며 페루 초콜릿을 수입, 한국에서 ‘이퀄 초콜릿’, ‘페루 코코아’ 등의 제품으로 제조, 판매하고 있다. 이번 만남에서는 페루 나랑히요 협동조합에서 수확한 카카오가 ‘이퀄 초콜릿’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한수정 팀장의 경험과 곁들여 들을 수 있었다. 만남 시작 전 따끈한 핫초코가 제공되어 훈훈한 분위기를 더했다.
카카오는 공정무역에서 다루기 어려우면서도 쉬운 작물 중 하나다. 공정무역 거래를 통해 팔 수 있는 양이 많지 않고, 가공과정을 위해 공장을 소유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아름다운커피에서 수입하는 제품은 ‘커버추어(couverture)’라는 초콜릿 판형이다. 다시 말해 판형을 한국으로 가져와서, 한국에서 초콜릿의 모양을 만들게 되는 것. 한 팀장은 카카오 공정무역에 대한 간단한 설명 후, 페루 나랑히요 협동조합 농부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페루 카카오 농부의 이야기

커피찌꺼기를 활용한 버섯 재배

카카오 열매는 무슨 색일까. ‘갈색 아니야?’하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실제로 카카오 열매는 빨강, 노랑 등 다양한 색상을 지녔다. 팟(POD)이라 불리는 카카오 열매를 칼로 쪼개면, 껍질 안에서 하얀 과육이 나온다. 하얀 과육 속에 카카오 씨앗이 들어있는데, 이 씨앗이 카카오 빈이다. 카카오 열매 하나에 카카오 빈이 20개에서 많게는 60개까지 들어있다. 카카오의 하얀 과육들을 모아 발효과정을 거치면 점액질이 제거되면서, 하얀 속살 안에 숨어있던 씨앗이 남는다. 바로 이 씨앗으로 초콜릿이 만들어진다. 이는 매우 자연 친화적인 방법이지만, 큰 기업농은 건조장을 쓰기도 한다. 카카오 빈까지 만들면 개별농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끝이 난다. 농부들은 이를 나랑히드 협동조합의 매집소로 운반해 납품한다. 농부들이 짊어지고 온 카카오 빈은 무게, 품질 등 확인 후 가격이 책정된다. 매집소로 운반된 카카오 빈은 공장으로 옮겨져 탈피, 로스팅 등의 과정을 거쳐 카카오버터, 카카오매스 등을 추출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커버추어 초콜릿이 탄생한다.

Q. ‘초콜릿’과 ‘준초콜릿’은 무엇이 다른가요?

초콜릿과 준초콜릿의 차이는 카카오매스와 카카오버터 함유량에 따라 나뉜다. 시중에 파는 초콜릿 제품 구매 전 겉면에 적힌 제품 유형을 자세히 살펴보자. ‘준초콜릿’이라 표기된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준초콜릿은 초콜릿가공품을 뜻한다. 이는 카카오버터 외에 대용유지가 들어갔다는 뜻이다.

공정무역은 ‘왜’ 필요할까요?

공정무역은 ‘왜’ 필요할까요?

그렇다면 ‘왜’ 공정무역이 필요한 것일까. 공정무역(Fair Trade)은 세계 무역과 빈곤의 문제를 가난한 생산자들을 위한 공평하고 지속적인 거래를 통해 해결하려는 전 세계적인 운동이다. 이를 통해 저개발국가의 생산자들에게 시장에서 정당한 몫을 얻고 자립할 기회를 제공한다. 공정무역을 조직의 핵심 목적이자 활동으로 하는 조직, 회사 등을 공정무역 단체(FTO)라고 한다. 세계적으로 70개 이상의 국가, 400개가 넘는 공정무역 단체들이 활동 중이다. 아름다운커피 역시 이러한 공정무역 단체 중 한 곳이다. 아름다운커피에서는 최근 페루 나랑히요 협동조합과의 공정무역 거래를 통해 생산한 ‘이퀄 초콜릿’을 ‘용감한 초콜릿으로 바꾸세요!’라는 캠페인으로 홍보 중이다. 이는 페루 농부들이 노출된 환경적 요인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페루는 현재 세계 1위 코카재배국으로, 불법 코카 재배의 유혹과 범죄 조직연류 등 불안과 어려움 속에 수많은 농부가 노출되어 있다. 코카를 재배하는 농부들은 큰돈을 벌 수 있지만, 법의 가장자리에서 맴돌아야 했고 항상 불안 속에 살아야 했던 것. 그러한 그들에게 기회처럼 다가온 것이 공정무역 카카오다. 물론 코카 재배 때만큼 큰돈을 만질 수는 없지만, 평화로운 삶을 얻게 되었다. 공정무역 카카오는 페루 농부들에게 평화로운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희망이고 용기인 셈이다. 그들은 돈보다 평화를 주는 카카오를 선택,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용감한 결정을 내렸다.

한 팀장의 이야기는 질문·응답시간을 통해 마무리되었다. 우리가 쉽게 먹는 달콤한 초콜릿에는 오랜 시간의 정성과 많은 이들의 손길이 담겨있었다. 이는 초콜릿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 입는 옷, 사용하는 물품 등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어느 하나 쉽게 이뤄진 것이 없다. 이는 또 다른 사회와의 소통이기도 하다. 무언가를 선택하고 소비하기 전, 이에 담긴 과정과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해 본다면 좀 더 현명한 소비가 가능하지 않을까.